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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나눔이야기 집 밖으로 나오는 작은 발걸음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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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나오는 작은 발걸음
- 고립 은둔 청소년, 다시 세상과 연결되다


방 안에서 멈춰버린 시간

 

 

아침 해가 여섯 번을 바뀌어도 

A군의 방 안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알람은 진작 꺼진 지 오래고,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은 

그저 컴퓨터 모니터 불빛에 삼켜집니다. 

 

부모를 잃은 뒤 그는 하루 한 끼만으로 버티며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직장도, 친구도, 시간의 흐름도 

그의 세계에서 사라졌습니다.

 


A군처럼 가족 외에 의미있는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 고립 은둔 10대는 

전국에 약 14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교실보다 침대가 익숙해진 그들의 하루는 

게임과 영상 시청, 그리고 과도한 수면으로 채워집니다

 

‘언젠가는 나가야지’ 하는 생각은 

스스로 움츠러든 의지 속에 묻혀 버리고, 

방 안 시계의 초침은 멈춘 듯 더디게 움직입니다.

 

끊어진 관계, 깊어지는 절망





문을 걸어 잠근 채 홀로 남은 청소년에게 

먼저 찾아오는 것은 우울과 불안입니다. 

 

생활의 리듬이 무너진 탓에 밤낮이 뒤바뀌고

위생과 식사, 수면마저 흐트러집니다. 

‘내일’이라는 단어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족도 길을 잃는다는 사실입니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몇 년을 바라보는 보호자들은 

“대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망 앞에 서게 됩니다. 

 

방문을 두드렸다가 “나가!”라는 말 한 번 듣고 물러서고, 

다시 노크할 용기를 잃습니다. 

 

경제적 부담과 정보의 빈틈은 

가족을 조용한 무력감 속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그렇게 문은 더 단단히 잠겼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작은 용기 

그러나 완전히 닫힌 것처럼 보이던 문도, 

아주 작은 노크 소리 하나에 흔들립니다. 

 

이랜드재단은 ‘돕돕프로젝트’를 통해 

고립 은둔 청소년을 찾아 나섰습니다. 

 

돕돕프로젝트’는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의미로, 

가정 밖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 자립 준비 청년 등 

사회의 관심 밖에 놓인 다음 세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전문 단체를 돕는 협력 파트너 사업입니다.

 

첫 번째 전략은 ‘안부’였습니다. 

멘토는 매주 A군의 방문 앞에 손편지와 

간식 키트를 조용히 놓고 물러섰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문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제가 나갈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날 이후 A군은 멘토와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자취하다 퇴사와 동시에 고립된 B군은 

집 안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픈 B군의 아버지는 아들과 자신의 생계에 대한 걱정

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심만 깊어져갔습니다.

 

이랜드재단은 돕돕프로젝트를 통해 B군에게 생계비를 지급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이 가정과 신뢰를 쌓고,

현재 매주 아버지와 B군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모친과 살며 

비만이 된 C군에게는 분리 거처가 먼저 필요했습니다. 

 

돕돕프로젝트를 통해 주거지를 마련해주었고, 

C군은 식습관을 바로잡고 또래와 함께하는 그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오늘은 친구랑 밥 먹었어요!’라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밝은 미소의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돕돕프로젝트

관계 회복 중심 멘토링생활환경 회복을 위한 기초 지원, 

그리고 보호자 상담은 고립이라는 두꺼운 벽에 균열을 냈습니다. 

방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들이 

‘나도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품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의 한 걸음, 누군가의 첫 발걸음


닫힌 방문은 여전히 낡은 나무 문 그대로지만, 

그 문을 여닫는 주인은 달라졌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괜찮니?”라는 한마디를 기다립니다. 

작은 노크, 따뜻한 간식 한 봉지, 함께 걷는 100미터가 

또 다른 청소년의 멈춘 시간을 다시 움직이는 첫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