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시 희망으로]이랜드 급식소 ‘아침애만나’ 개소 2주년 공공 예산 없는 민간 복지 모델 무료급식 서비스 패러다임 전환
조리 봉사에 참여한 이랜드이츠 R&D센터 임직원의 모습. 이랜드 제공 도시가 본격적으로 깨어나기 전인 이른 새벽, 서울역 주변에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영하의 추위와 한여름의 폭염 속에서도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의 불빛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들을 맞아왔다.
이랜드복지재단(대표이사 정영일)이 운영하는 아침애만나가 지난 16일 개소 2주년을 맞았다. 2024년 7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난 2년간 제공한 식사는 누적 37만 명분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무료급식 실적을 넘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예산 지원 없이 시민과 기업, 종교단체,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구축한 민간 주도형 복지 모델의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배식 봉사에 참여한 봉사자의 모습. 이랜드 제공
화려한 행사 대신 '현장' 택한 2주년... 진정성에 방점
16일 오전 열린 2주년 감사 행사는 아침애만나가 지향해 온 운영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내외부 인사와 관계자 초청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급식소의 실질적인 주체인 이용자와 현장을 지켜온 봉사자들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개소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지원해온 마가공동체교회와 하늘소망교회 소속 봉사자들, 매일 아침 급식소를 찾는 이용자들, 재단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년의 나눔에 감사를 전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차분한 모임이 진행됐다.
아침애만나는 이날 이용자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갈비탕 등 특별식과 후원으로 마련된 떡을 나눴다. 행사의 규모나 외형보다 평소와 다름없이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데 집중하며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시혜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나눴다.
배식되는 식판. 이랜드 제공공공 예산 없이 세운 민간 복지 모델… 나눔으로 이어져
아침애만나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 예산에 의존하지 않는 ‘100% 민간 나눔 모델’이라는 점이다. 시민과 단체, 기업의 자발적인 후원과 봉사 참여만으로 운영되며 개소 2년 만에 안정적인 민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개소 이후 현재까지 167명의 개인 후원자와 46개 단체가 나눔에 동참했으며 누적 11억3163만 원 상당의 후원금과 물품이 모였다. 전체 식자재의 83%가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조달되고 있으며 특히 이랜드 하이퍼BG는 누적 4억 원 상당의 식자재를 기부해 매일 안정적으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뒷받침했다.
민간 후원을 지속가능하게 만든 핵심 기반은 투명한 운영이다. 아침애만나는 후원금과 후원 물품의 수입·사용 내역을 매월 공개해 기부자와 시민이 나눔의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후원금품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시함으로써 민간 기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일회성 후원이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혜를 넘어 ‘존엄’으로… 무료급식소의 패러다임 전환
아침애만나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급식소를 넘어 이용자의 편의와 인격을 우선하는 ‘존엄의 공간’으로 무료급식 서비스의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무료급식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길거리 대기’를 없앤 것이다. 아침애만나는 ‘식사 초대장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가 오랜 시간 외부에 줄을 서거나 행인의 시선을 견디지 않도록 했다. 이용자는 식사 초대장을 받은 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쾌적한 실내에서 기다리고 차례가 되면 갓 지은 식사를 대접받는다. 급식의 효율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과 이동 동선까지 이용자의 관점에서 설계한 것이다.
또 아침애만나는 정기적으로 ‘서비스 품질 평가’를 실시해 음식의 맛과 온도, 메뉴 구성, 응대 방식 등 이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고 있다. 종합안전점검을 통해 조리 시설과 이용 공간의 위생·안전 상태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디자인재단과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급식소 공간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할 계획이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누구나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 급식소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 동선과 시설 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물리적·시스템적 변화는 이용자를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고객으로 바라보는 아침애만나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식사에 참여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2만1000명의 헌신이 빚어낸 촘촘한 현장 밀착형 돌봄망
아침애만나는 매일 아침 약 38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서울역 인근 쪽방 주민 약 200명에게 점심 도시락을 전달한다. 주 2회는 저녁 식사 약 200명분을 나누는 등 하루 평균 655명분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로 운영되는 급식 시스템의 실질적인 동력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전문 조리 인력을 제외하면 식재료 손질과 배식, 설거지, 도시락 포장과 전달 등 현장 운영의 상당 부분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이뤄진다.
지난 2년간 아침애만나에서 활동한 누적 자원봉사자는 2만1242명에 달한다. 특히 개소 첫날부터 새벽 주방과 배식 현장을 지켜온 마가공동체교회를 비롯한 정기 봉사자들의 헌신은 매일 동일한 시간에 안정적으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봉사자들이 전달하는 점심 도시락과 저녁 거리 나눔은 단순한 식사 제공에 머물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고립된 이웃의 생활 상태와 안부를 살피고 위기 징후를 발견하는 현장 밀착형 돌봄망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정영일 이랜드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아침애만나가 지난 2년간 37만 명분이 넘는 식사를 이웃들에게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새벽의 추위와 더위를 마다하지 않은 봉사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후원자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가장 절실한 시간에 필요한 식사를 전하고 이용자의 존엄을 지키는 아침애만나의 본래 사명을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아침애만나가 쌓아온 성과는 시민의 선의가 투명한 운영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날 때 지속가능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벽마다 서울역 인근을 밝히는 아침애만나의 불빛은 이제 한 끼 식사를 넘어 소외된 이웃이 존중받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탱하는 공동체의 불빛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