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재단 | "실패하면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 언제든 찾아오도록 문을 열어둡니다" | 2026-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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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 언제든 찾아오도록 문을 열어둡니다"이랜드재단과 함께하는 ‘사마리탄’ – 위기 청소년의 곁을 지키며 자립의 길을 놓는 사단법인 콜앤두 윤용범 대표
▲사단법인 콜앤두 윤용범 대표. 이랜드재단 제공
은퇴 후에도 쉼 없이 복지 현장을 누비고 있는 노련한 활동가. 그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밤낮없이 울린다. 발신자는 대부분 "아버지, 기쁜 소식이 있어요", "아버지, 요즘 마음이 힘드네요"라며 스스럼없이 그를 찾는 청년들이다.
1985년 법무부 소년보호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이후 2019년 퇴직할 때까지 34년, 그리고 퇴직 후 지금까지 수천 명의 위기 청소년들을 가슴으로 품어온 사단법인 콜앤두(Call & Do)의 윤용범 대표. 그는 세상의 잣대와 차가운 시선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내는 기댈 곳이자 단 한 명의 ‘어른’이다.
22살 거리에서 배운 '환대', 평생의 과업이 되다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위기 청소년들의 상처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자신 역시 깊은 좌절과 막막함을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2살 무렵,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그는 생계를 위해 길거리 토스트 장사에 나서야만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와 낯선 이들의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는 부끄러움에 막상 수레를끌고 거리에 나와서도 선뜻 장사를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스불조차 켜지 못한 채 '당장 싱크홀이 생겨 이대로 땅속으로 푹 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삼키며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던 어두운 새벽, 그에게 한 청소부 아저씨가 다가왔다.
"토스트를 하나 구워보라던 아저씨는 맛을 보시더니 '진짜 맛있다. 최고다. 대박 날 것 같다'며 500원을 쥐여 주시고는 제 수레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극장 후문 쪽으로 직접 밀어주셨습니다. 그 작은 응원 덕분에 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자립할 수 있었죠. 제게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환대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믿어준 청소부 아저씨 같은 어른이 되어주겠다고 결심한 그는 1985년 법무부 소년보호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며 공직에 몸을 담았다. 이후 34년간 소년원과 비행 예방센터 등 최일선에서 아이들을 상담하고, 이들이 다시 범죄의 늪에 빠지지 않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립 인프라를 닦는 일에 자신의 젊음을 온전히 바쳤다.
복지의 사각지대, 빈곤의 핵심은 ‘정서적 가난’ 2019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의 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현재는 사단법인 '콜앤두'를 이끌며 지역사회와 연계해 아동, 청소년, 노인 등 전 세대에 걸친 복지 사각지대를 돌보고 있다. 국가나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틈새를 발굴해 주거 환경 개선과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콜앤두의 핵심 역할이다.
특히 이랜드복지재단의 'SOS위고'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며 그가 현장에서 목격한 위기 청소년들의 문제는 단순히 '물질의 부족'에 그치지 않았다. 윤 대표는 가난을 물질적, 정서적, 관계적, 지능적 가난이라는 네 가지 차원으로 분류한다.
"요즘은 물질적 가난보다 '정서적 가난'이 가장 심각합니다. 부모라는 울타리가 있는 아이들은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위기 청소년들에게는 인생을 던질 단 한 번의 카드뿐입니다.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기에 늘 불안하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다시 해봐라'라고 지지해 주는 단 한 명의 어른입니다."
그는 기계적인 복지 행정을 넘어,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치유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뿌리를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윤 대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자립의 형태다.
▲윤용범 대표가 돌보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한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가족의 희생과 묵묵한 기다림 자신의 삶을 온전히 위기 청소년들에게 내어준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밤낮없이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중학생 딸에게는 "엄마랑 있으라"며 등을 돌려야 했고, 훗날 딸로부터 "그때 나도 아빠가 필요했다"는 서운함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아버지가 위기 청소년들과 워낙 자주 어울리다 보니,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자신들마저 '소년원 출신'으로 오해받을까 봐 사진 찍기조차 피하던 어린 자녀들의 남모를 마음고생은 그에게 가장 아픈 부분이었다. 묵묵한 헌신 끝에 국민포장을 수상하며 가족들의 오해와 상처는 치유되었지만, 그 과정은 현장 활동가로서 감내해야 했던 인내의 시간이었다.
때로는 마음을 다해 도운 아이들이 원망을 쏟아내며 엇나갈 때도 있다. 깊은 탄식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는 거절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스스로 돌아올 때까지 문을 열어두고 기다려주는 묵묵한 인내가 수천 명의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온 비결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 또 다른 생명을 살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준 인내는 실제 많은 아이의 삶을 기적처럼 바꿔놓았다. 자립생활관에서 만난 한 소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할머니 손에 자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던 아이가 4년제 대학에 합격했을 때, 윤 대표는 백방으로 뛰어 멘토를 연결해 주고 작은아빠를 자처하며 입학금을 마련해 주었다.
무사히 대학 생활을 시작한 듯했지만 2년 뒤 돌연 연락이 끊겼다. 주위에서는 모두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만류했지만, 그는 끝까지 아이를 기다렸다. 마침내 제자리로 돌아온 아이는 복학 후 무사히 졸업하여 사회복지 시설에 취업했다. 윤 대표의 축복 속에 결혼식까지 올린 그녀는 이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 한 가정을 살리는 일로 이어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비행의 길에 접어들었던 한 소년의 변화도 놀랍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의 부재를 처음 깨닫고 쌓인 분노로 방황하다 소년원까지 오게 된 아이였다.
출원 후 윤 대표의 권유로 아프리카 해외 봉사를 떠날 때만 해도 "그 돈을 차라리 내게 달라"던 소년은,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비용을 모아 다시 수개월간 해외 봉사를 다녀오고 학업을 마친 그는 현재 고위기 청소년을 돌보는 자립생활관의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살립니다. 사랑은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으로 증명하는 것, 그것이 제가 오늘도 달리는 이유입니다."
▲윤용범 대표가 학업과 자립을 도운 청년의 결혼식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쉼표 없는 헌신, ‘히어로 포레스트’로 그려보는 회복의 시간 수십 년간 이어진 사역의 이면에는 이렇듯 가족들의 말 없는 희생과 헌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명절이나 휴일에도 누군가의 다급한 전화를 받아야 했던 탓에 온 가족이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은 늘 뒷전이었다.
최근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윤 대표와 그의 가족에게 뜻깊은 선물이 찾아왔다. 이랜드재단과 이랜드파크가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을 위해 마련한 ‘히어로 포레스트’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이다. 윤 대표 가족은 이랜드의 지원으로 켄싱턴리조트에서의 휴식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작 우리 가족끼리는 편안한 여행 한 번 다녀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이랜드재단이 마련해준 이번 여행을 통해 묵묵히 제 곁을 지켜준 아내와 자녀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온전히 전하고 싶습니다. 가족과 함께 깊은 쉼을 누리고 나면,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다시 사랑을 흘려보낼 새로운 힘을 얻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인을 향한 헌신에 지쳐 있던 가족들에게 다가올 이 휴식의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가 될 것이다. 재충전의 시간을 마친 그는 다시 아이들이 기다리는 현장으로 힘찬 발걸음을 돌릴 예정이다.
“저도 안아주세요”,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 은퇴 후 안락한 노후 대신 위기 청소년들의 방파제를 자처한 윤 대표는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영적으로 보듬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로서의 헌신을 다짐한 것이다. 그 결심의 이면에는 한 소년원 아이의 간절한 목소리가 있었다.
"의료소년원에 갔을 때 만난 아이를 꼭 안아주고 있는데, 멀리서 한 아이가 '선생님, 저도 안아주세요!' 하고 소리치는 겁니다. 왜 안아달라고 하냐고 물었더니 '안아주면 행복해지니까요'라고 하더군요. 그때 결심했습니다. 제도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온전히 안아주며 희망을 선물하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요."
윤용범 대표는 우리 사회와 시민 단체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이미 국가나 기업이 돕는 빛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 깊어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향해 시민 사회와 지역 공동체가 나서야 합니다."
오늘도 윤 대표의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울린다. 위기에 놓인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환대와 쉴 곳을 내어주는 그의 넓은 품은 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내는지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다.
*사마리탄: 이랜드재단의 ‘돕는 자를 돕는다’ 핵심 파트너로서, 사각지대 미래세대를 위해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헌신하는 전문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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