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으로 ‘복지사각지대 0(제로)’에 도전”
[기획연재: 'K-구호'로 나늄 선도, 대한민국 NGO] K-구호 리포트 ① 복지사각지대편

K-팝, K-드라마 등 이른바 ‘K’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구호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도약하면서 대한민국 NGO의 K-구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NGO는 K-구호로 나눔을 선도하면서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을 선진복지국가로 이끄는 힘이자 원천이다.
K-구호가 더욱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즉 국민들의 나눔 동참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민국 NGO의 플랫폼인 한국NGO신문이 <‘K-구호’로 나눔 선도, 대한민국 NGO> 주제의 기획기사를 총 8회에 걸쳐 연재하며 대한민국 NGO의 K-구호활동과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나눔 문화를 활성화함으로써 K-구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사각지대 없는 복지대한민국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복지 사각지대 이미지. 연합뉴스
#1. 지난 5월 18일 오전 6시께 전북 익산 모현동 소재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씨가 추락 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몸에 작은 쪽지와 집 열쇠를 지닌 상태였다. 쪽지에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A씨 거주의 아파트 방 안에서 A씨 딸(20대)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 딸도 생활고를 비관하는 내용 등을 문서 형태로 남겼다. 경찰은 문서 작성 시점이 지난 3월 말인 점에서 A씨의 딸이 해당 시점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120만여 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긴급 지원 대상에서 제외, 100만원 상당의 생계,의료 급여를 지원받지 못했다. 매월 20만여 원의 주거급여만 지원받았다. 하지만 A씨 모녀는 모두 병을 앓고 있어 매달 상당액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 2023년 7월 충남 아산 공사현장 인근 마티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특별한 주소지 없이 마티즈에서 노숙을 하던 진모 씨(여, 당시 48세)는 차에 기름이 떨어지고 당장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웃의 발견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진 씨가 노숙을 했던 것은 아니다. 생산직 근로자로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노모의 병환을 간병하면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월세가 밀리면서 집에서 쫓겨나 마티즈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주소지도 없이 오랜 노숙생활을 하다 자살 시도를 통해 이웃들이 발견, 행정복지센터에 신고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진 씨를 돕고자 조회해 보니 진 씨 앞으로는 카드 대금 외에 건강보험, 도시가스, 병원비, 공과금 등이 연체된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 후 발견되기 전까지 진 씨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발견 후에도 진 씨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지원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사각지대, 사전적 의미로 사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각도를 말한다. 또한 관심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사각지대는 복지 분야에도 존재한다. 익산 모녀 사건과 진 씨의 사례는 모두 복지사각지대의 현주소다.
서울복지교육센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복지사각지대는 광범위하게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보험, 사회서비스, 공공부조의 사각지대까지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회입법조사처는 복지사각지대의 발생 원인을 ▲소득�재산 중심 급여자격기준의 기계적 적용에 의한 사각지대 ▲신청누락에 따른 사각지대 ▲단편적 급여설계로 인한 사각지대 ▲제도 가입 대상 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각지대 등으로 유형화했다. 즉 구조적 요인으로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한다.
▲2022년 8월 21일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이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일명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2022년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복지사각지대 발굴 체계 보완대책 수립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익산 모녀 사건이 발생하며 복지사각지대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복지사각지대를 방치하면 비극이 되풀이된다. ‘익산 모녀’ 사건 이전에도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복지사각지대가 발생, ‘송파 세 모녀’ 사건에 이어 ‘수원 세 모녀’ 사건 그 리고 ‘익산 모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등을 지급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 부양 책임자를 말하며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과 배우자 (단 아들,딸 사망 시 며느리,사위는 부양의무자 범위에서 제외)가 해당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과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 배우자, 즉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다.
주거급여, 교육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는 적용된다.
따라서 사실상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어도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으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이 탈락될 수 있다.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익산 모녀도 긴급 지원 대상에서 제외, 100만원 상당의 셍계,의료 급여를 지원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복지사각지대 방치가 사회 갈등과 사회적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김욱 이랜드복지재단 본부장은 “사회적 갈등에 의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요즈음 ‘묻지마 살인’ 등 예전에 없었던 여러 사건들이 나온다. 거기에 내재된 것은 기회의 상실, 빈부의 격차, ‘남들은 잘 사는데 나만 못 살고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를 당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사회 전체가 불안해진다“며 “즉 빈부나 사회문화적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 전체적인 불안정 요소가 올라간다. 결국에는 사회갈등으로 변화되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NGO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와 공공의 정책과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해소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복지재단, 무료급식소로 식(食)사각지대 해소-SOS위고로 위기가정 발굴, 지원
▲이랜드복지재단의 무료급식소, ‘아침애(愛)만나’ 외경. 김다원 기자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이랜드복지재단의 무료급식소, ‘아침애(愛)만나’. <한국NGO신문 기획취재팀>이 지난 5월 14일 방문했을 당시 새벽 5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아침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이날 아침 메뉴는 옥수수밥, 소고기미역국, 메추리곤약조림, 비름나물무침, 김치. 오전 7시 이후부터 배식이 시작되자 노숙인들과 쪽방촌 주민들, 독거노인들이 ‘아침애(愛)만나’를 찾았다. 그리고 맛있는 아침 한 끼를 즐겼다.
‘아침애(愛)만나’는 2024년 7월 16일 오픈했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장소와 운영 경비를 제공한다. 식사 준비,제공과 뒷정리는 마가공동체가 자원 봉사로 참여한다. 마가공동체는 마가의다락방교회, 방주교회, 필그림교회, 필그림선교교회, 길튼교회 등 인천 관내 5개 교회와 하늘소망교회(서울역 쪽방촌 소재)의 연합체다.
‘아침애(愛)만나’의 운영 목적은 ‘식(食)사각지대’ 해소다. 소외계층에게 존엄한 한끼를 제공함으로써 ‘모두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침애(愛)만나’의 설립,운영 취지다.
보통 무료급식소는 노숙인이 대상이다. 하지만 ‘아침애(愛)만나’는 대상을 확대했다. 노숙인뿐 아니라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일용직 근로자, 결식 청년 등 대상 제한 없이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 도시락 배달서비스도 제공한다.
‘존엄한 한끼’를 대접한다는 취지에 맞춰 이용자가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리에 착석하면 자원봉사자가 식판을 가져다준다. 식사 메뉴의 맛과 질도 일품이다. 무료라고 식사의 맛과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식당에서의 식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식사하는 사람에게 ‘존엄함’을 선물하겠다는 의미다.
▲자원봉사자가 직접 배식하는 모습. 이랜드복지재단
노숙인 A씨는 “‘아침애(愛)만나’는 진짜 하늘의 빛과도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침을 먹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침 한 끼’가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의 생활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 것.
구재영 ‘아침애(愛)만나’ 센터장(하늘소망교회 담임목사)은 “주로 서울역의 노숙인분들과 근처에 있는 쪽방촌 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기저질환자분들이라 아침에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아침애(愛)만나’가 들어서기 전에는 밥을 안 먹고 약을 먹으니까 여러가지로 안 좋은 분들이 많았다" 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침애(愛)만나’가 생기고 나서 아침을 먹고 약을 먹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건강해졌다”면서 “또한 일찍 일어나면서 활동적이 되니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전소된 윤선일 씨의 집과 창고. 이랜드복지재단
누구에게나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공공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면 막막할 뿐이다. 윤선일(남, 25세, 가명) 씨가 바로 그런 사례였다.
아버지와 함께 감 농사를 지으면서 영농후계자 수업도 열심히 듣고 있던 윤 씨. 감 농사를 시작하느라 진 빚 1억여 원을 갚고 있었고, 이렇다 할 만한 수익도 나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청년 농부로서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찬 공기가 스며오던 2024년 어느 새벽, 전기난로가 누전돼 큰 불이 나면서 집과 냉동 창고가 모두 전소됐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가족 모두 대피했지만,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당시 입고 있던 옷이 전부였다. 당장 4식구의 옷, 먹을 것, 머물 곳은 물론 보증금도 전혀 없는 긴급 위기가 발생했다. 집도, 창고도 알고 보니 모두 무허가 건물이라 새로 집도 지을 수 없었다.
윤 씨의 이야기는 지역 내 교회의 복지기관에 의뢰됐다. 복지기관은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에 윤 씨를 연계했다. SOS위고는 빠른 심사를 통해 윤 씨 가족에게 3일 이내 신속히 생계비를 지원했다. 윤 씨는 SOS위고의 지원으로 긴급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윤 씨는 “고등학생인 동생과 계약직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일상이 최대한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1순위였다”며 “머리가 하얗게 됐었는데 SOS위고의 도움으로 하나씩 무너진 일상을 세워가기 시작하니 정신이 들면서 갈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수리 전 김준배 씨의 집 내부 모습. 이랜드복지재단
현재 이혼, 별거, 사별, 유기 등 다양한 이유로 한부모가족(한부모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은 모자가족 또는 부자가족을 말한다. 모자가족이란 모가 세대주인 가족이고 부자가족이란 부가 세대주인 가족이다. 모나 부가 세대주가 아니어도 세대원을 사실상 부양하는 경우도 한부모가족에 해당된다.
현재 한부모가족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대상자로 선정된다. 하지만 긴급위기가 발생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미처 받지 못하 는 한부모가족도 존재한다. 김준배(남, 55세, 가명) 씨에게도 위기상황이 예고 없이 찾아왔다.
김 씨는 한부모가족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아들과 손자를 키우고 있었다. 한쪽 눈이 실명됐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2024년 폐 수술로 일을 그만둔 뒤 창고신축현장 일용직으로 한 달에 10일 정도 일하며 월평균 100~150만 원 정도를 벌었다.
과거 배우자와 살던 거주지가 장모의 집이다 보니 집에서 쫓겨나 아들, 손자와 함께 김 씨의 아버지(사망)가 살았던 집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문제는 김 씨가 상속단계에서 아버지의 부채를 떠안았고 심야전기 미납금이 500만 원 남아있었다. 김 씨는 일하면서 미납금을 조금씩 상환했으나 한전에서 계량기를 철수, 온수와 보일러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 씨는 공공이나 민간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고 온수가 나오지 않으면 물을 데워 사용했다. 또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전기장판 위에서 김 씨와 김 씨의 아들, 손자가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 김 씨 자녀의 담임 교사가 주민센터, 복지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김 씨 가족의 위기상황이 발견됐다.
이 과정을 통해 김 씨와 이랜드복지재단의 SOS위고가 연계됐다. 이랜드복지재단은 SOS위고를 통해 김 씨를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고 생계비(심야보일러 미납금, 추후 보일러 3개월 사용비)를 지원했다. 덕분에 김 씨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이랜드복지재단은 복지사각지대 위기가정 발굴 지원을 목적으로 SOS위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 위기가 접수되면 3일 이내 심사와 지원이 진행된다. SOS위고의 지원은 주거비,생계비,치료비,자립비,긴급 생필품 지원 등 5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긴급 생필품 지원은 30~50만 원의 생필품을 1일(24시간) 이내에 더욱 빠르게 지원한다. 복지사각지대의 위기가정에 있어 이랜드복지재단의 SOS위고는 한 줄기 빛인 셈이다.
[인터뷰]김욱 이랜드복지재단 본부장 “민간과 공공이 정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김욱 이랜드복지재단 본부장. 정성민 기자
먼저 복지사각지대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보통 복지사각지대라고 하면 국가의 여러 정책과 사업이 있는데 거기에 해당하지 못하거나 해당해서 지원을 받는데 불충분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NGO, 지역복지관에서도 복지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포함되지 않는 경우다. 즉 양쪽 모두 포함되지 않아서 복지기관이 돕지 않으면 현재 발생한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상황이 더욱 어렵게 전개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상들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복지제도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까레리나>에 ‘행복한 사람은 이유가 비슷한데 불행한 사람은 이유가 다양하다’는 표현이 있다.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복지사업을 보면 일률적으로 기준이 있고, 매뉴얼이 있고, 선정 프로세스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나 개개인에게 닥친 어려움이나 상황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워낙 사람들의 삶이 다양하다. 따라서 국가에서 만들어진 지원 기준이라든지, 사업 유형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 걸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한 한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또 하나는 이미 여러 복지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서 왜곡되거나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해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해 발생하는 복지사각지대의 사례라면.
”중도입국청년이 대표 사례다. 중도입국청년에 대해서는 2, 3년 전부터 얘기가 많이 나왔다. 다문화가정을 꾸린 뒤 여성이 원래 자기가 살았던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전 남편과 낳았던 아이를 데리고 온다. 중도입국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 아이들은 언어도 안 되고 문화도 안 된다. 국내 생활이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도입국자를 위한 지원이나 지침이 없다.
또한 다문화가정은 아이를 낳고 잘 살면 되는데 남편이 고령이거나, 질병이 있거나, 문제가 있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유로 이혼한다. 아이는 엄마가 기른다. 따라서 이혼 다문화가정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아빠가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적다. 기본적으로 다문화가정은 경제권을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갖고 있어서 이혼하면 혼자 독립할 수 없다. 본국으로도 갈 수 없고 친정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 이혼해주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 남편이 경제권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도 되지 못한다.
요새는 40,50대 장년 남성도 큰 문제다. 실직해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혼이나 별거한 경우도 있다. 새로운 일터를 못 찾으면 혼자 있으면서 은둔형이 되거나 알콜 중독에 빠진다. 정부에서는 40,50대 나이는 멀쩡하니까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나가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실상은 일하기 어렵다. 사회 변화나 소득의 격차, 경제상황에 따라 실업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데 사회문제가 되기 전에 대안을 주지 않으면 복지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이랜드복지재단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여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만의 사업 특징은 무엇인가.
”첫번째는 정말 사각지대인가를 판단한다. 지금도 위기가정지원사업은 다른 NGO나 기업재단에서 많이 한다. 각 시군구마다 긴급지원사업, 생계지원사업도 다양하다. 그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진정 아무도 돕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는다는 것이 최대 특징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장에서 복지사각지대 있는 분들을 찾고 도와줄 수 있는 이랜드복지재단 소속의 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을 통해서 우리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는 사각지대를 찾고, 현장에서 확인하고, 확인 결과를 바탕으로 3일 이내에 빠르게 지원한다.
또 하나는 지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원 이후에 방문해서 지원 부분이 얼마만큼 도움이 됐고 변화됐는지, 추가 도움이 필요한지 사후 조치도 시행한다. 국가나 민간의 지원과 연계될 수 있으면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이랜드복지재단 같은 NGO(민간)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더욱 효과적으로 그리고 발전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제언한다면.
“현장에서 일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NGO는 민간이다 보니 공공기관보다 정보접근성이 낮다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정보는 다양하고 방대하다. 제한적으로 나마 민간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어디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제안이 들어와도 대상자의 소득 정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공공은 알 수 있으니까 협업 네트워크가 잘 이뤄지면 좋겠다.
또한 우리나라가 재정 규모가 커지면서 국가의 예산이 많다. 공공이 하기 어려운 일을 민간이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효과가 있고 믿을 수 있다면 국가 예산을 민간이 쓸 수 있도록 열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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