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재단 | 짬뽕으로 출발한 ‘보배반점’, 기회를 나누는 기업이 되기까지 | 2025-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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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재단의 착한 기업 시리즈 - 보배반점 김진혁 대표
▲보배반점 김진혁 대표. 이랜드재단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난 보배에프앤비 김진혁 대표는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진솔한 고민을 먼저 꺼냈다. 보배에프앤비는 전국 가맹점 200호점을 최단기간에 돌파하며 중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보배반점’을 이끌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늘 다른 곳에 닿아 있었다.
“기업의 설립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돈만 추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0대에 접어들며 그는 돈과 행복의 관계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 좋은 차, 큰 집, 해외여행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그는 한 가지 결론에 닿았다. 돈은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돈을 벌었다고 해서 다 행복한 게 아니더라고요. 결국 그 돈이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가 행복을 가릅니다. 그래서 저는 잘 버는 기업일수록 더 잘, 값어치 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그의 생각을 더욱 굳게 했다. 모두가 움츠러들던 시기에 그는 오히려 보배에프앤비를 창립하며, ‘잘 벌어 제대로 쓰는 기업’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에 옮겼다.
온기의 기억에서 비롯된 철학 김 대표의 철학은 개인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후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세 살에 아버지를 잃고 친척 집을 전전하던 어린 시절, 그는 늘 결핍과 마주해야 했다. 수돗물로 허기를 달래던 날들이 많았지만, 그 속에서도 뜻밖의 온기를 만날 때가 있었다.
“사실 어릴 땐 도움 받는 게 부끄러웠어요. 내가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됐죠. 필요한 순간에 누군가가 내민 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그가 말하는 ‘손길’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선 것이었다. 교회 청년부가 찾아와 건네준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린 마음에 자신이 잊히지 않았다는 위로를 남겼고, 로터리클럽에서 받은 장학금은 학업을 포기하지 않게 붙잡아 주었다. 친구의 부모가 대신 내준 등록금은 부끄러움과 동시에 새로운 용기를 안겨주었다. 작은 도움들이었지만, 그때마다 그의 삶의 방향은 달라졌다.
군 제대 후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학원비가 없어 칠판을 닦고 청소를 도맡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간은 고단했지만, 동시에 배움의 소중함을 새기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때 누군가 조금만 지원해 줬다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 회사의 나눔 활동에도 고스란히 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눔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제때 건네지는 도움”이라는 믿음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오늘날 보배반점이 펼치는 사회공헌의 근간이 됐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다 김 대표의 어려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던 중, 그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 수차례의 수술 끝에 장애가 남았고,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병원에 누워 지내야 하는 시간이 무려 10개월이었다. 네 번의 수술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간을 통해 새로운 눈을 떴다고 말한다.
“제가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다른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나누고 싶어요.”
이 경험은 보배반점이 단순한 외식 브랜드를 넘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포용과 기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밥이 아닌 기회를 나누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사회공헌의 철학은 명확하다. 그는 그것을 ‘맞춤형 지원’이라 정의한다. 큰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꼭 필요한 순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닿을 때 진짜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요즘은 아이들이 밥을 굶는 일은 거의 없어요. 어려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학습 도구나 진로 경험, 그리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더라고요.”
이 같은 생각은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자체나 NGO들과 협력해 취약계층 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했다. 외식업에 관심 있는 청년에게는 직접 멘토링을 제공해 업계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고,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는 창업 파트너십을 제안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핵심은 언제나 같다. “그 사람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가.” 도움을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값어치 있는 쓰임’이다.
▲보배에프앤비가 펼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모습. 이랜드재단
짬뽕 한 그릇에 담은 위로 보배반점의 나눔은 한 그릇의 짬뽕처럼 따뜻하고 구체적이다. 최근에는 이랜드재단과 함께 사각지대 청소년들에게 1천만 원 상당의 식사권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끼니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외식의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김 대표에게 짬뽕은 단순한 메뉴가 아니다. 부담 없는 가격, 익숙하고 거부감 없는 맛을 통해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사회적 포용력’을 상징한다. 식탁 위에서 사람들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서로의 거리를 좁힌다. 보배반점은 그 힘을 믿는다.
▲보배반점이 이랜드재단과 함께 진행한 사각지대 청소년 식사권 지원 캠페인 사진과 후기. 이랜드재단
그는 사회공헌의 원칙에 대해서도 단호하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결코 생색내기나 광고가 돼서는 안 돼요. 결이 맞고, 지속 가능한 활동이어야 합니다. 회사 예산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
변하지 않는 방향 보배반점은 이제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까지 발을 넓히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성장의 속도보다 방향을 더 중시한다.
“사업은 변할 수 있어도 철학은 변하지 않습니다. 잘 버는 만큼, 잘 써야죠.”
그가 말하는 건강한 기업은 단순하다. 잘 벌어 잘 쓰는 곳. 보배반점은 짬뽕을 팔지만, 그릇 안에는 책임과 기회가 담겨 있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 곁에 있어 주는 이름이 되고자 한다. 그것이 김진혁 대표가 꿈꾸는 보배반점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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