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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복지재단 만삭 이주민·쪽방촌 60대에게 온기 전하다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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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만삭 이주민·쪽방촌 60대에게 온기 전하다

이랜드복지재단

 

난방, 편의 아닌 건강·생존의 문제

SOS위고, 사각지대 가구 신속 지원

공적 복지가 포착 못한 ‘틈’ 메워

 

 

보일러는 꺼져 있었다. 

실내 공기는 냉장고처럼 차가웠고, 창문 틈에는 성에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이불 속에서도 발끝이 시릴 정도였다. 

SOS위고 봉사단원이 찾은 경기도의 한 다가구주택. 

임신 8개월의 로지(36·가명)씨는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가스비가 74만원이 나왔어요. 그걸 보는 순간, 난방을 끌 수밖에 없었죠.” 

 

로지씨에게 겨울은 ‘추위’보다 ‘고지서’가 더 무서운 계절이었다.

 

 

고지서 무서워, 난방 포기한 그들

겨울철이면 언론에 등장하는 ‘연탄 나눔’ 봉사. 절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연탄이 사라진 도시, 여전히 ‘영하의 집’은 존재한다. 

도시가스 요금 급등, 단열이 취약한 노후 주거지, 그리고 복지 기준의 경계에 걸린 가구들. 

통계와 제도에 잡히지 않지만, 많은 이가 마주하는 냉혹한 겨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에너지 바우처’(정부가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에너지 이용권) 수급 가구는 약 126만 가구.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에너지 빈곤층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가구 가운데 상당수가 지원 기준과 현실 사이의 간극 때문에 제도의 보호 범위 밖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적정 온도를 최소 18도 이상으로 권고한다. 

이에 미달할 경우 호흡기·심혈관 질환은 물론 우울증 위험까지 급격히 커진다고 경고한다. 

난방은 편의가 아니라 ‘건강’과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도 많은 가구는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겨울을 버티고 있다.

 

로지씨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이주민이다.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겨울 들어 동거인의 건설 현장 일이 끊기면서 수입은 사실상 ‘0원’이 됐다.

 

문제는 집 구조였다. 

오래된 다가구주택은 단열이 거의 되지 않았고, 난방을 조금만 틀어도 열이 빠져나갔다. 

여기에 난방기 사용 방식과 요금 체계에 익숙하지 않았던 점까지 겹치면서 가스 사용량이 급증했다. 

결과는 74만원 고지서.

 

생활비를 줄여 일부를 냈지만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결국 가스요금이 미납됐고, 난방은 완전히 끊겼다. 

낮에는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이웃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웃이 일을 나가는 날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집에 홀로 남아 추위를 견뎠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에게 특히 위험한 환경이었지만, 병원비를 생각하면 난방은 ‘사치’였다.

 

 

SOS위고 플랫폼을 통해 위기 상황이 알려져 도움을 받은 이원철씨(가명)의 쪽방촌 거주지.

SOS위고 플랫폼을 통해 위기 상황이 알려져 도움을 받은 이원철씨(가명)의 쪽방촌 거주지.

 

 

추위 막아준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

로지씨의 시린 겨울을 막아준 전환점은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의 긴급 개입이었다. 

재단은 그에게 주거비와 생계비, 출산 병원비를 지원했고, 봉사단원이 직접 난방기 사용법을 설명하며 적정 사용량을 함께 점검했다. 

단순한 요금 납부가 아니라 ‘다시 비용이 폭증하지 않도록’ 생활 방식을 함께 조정한 것이다.

 

로지씨는 최근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했다. 

동거인도 공장에 취업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되찾았다.

 

“다시 보일러를 켰을 때, 그게 이렇게 안심되는 일인 줄 몰랐어요.” 

 

 

위기의 겨울나기는 그만의 사정이 아니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홀로 사는 이원철(67·가명)씨의 집은 이번 겨울에 ‘얼음방’이 됐다. 

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한 탓에 욕실 좌변기와 배수관이 동파됐다. 

누수된 물은 외벽을 타고 흘러내려 출입구에 빙판과 고드름을 만들었다. 

샤워는 물론 기본적인 물 사용조차 어려웠다. 

미끄럼 사고와 낙하물 위험까지 겹치며 안전이 크게 위협받았다.

 

이씨는 월 76만원의 생계급여로 살아가는 수급자였지만, 불법 개조된 노후 건물이라는 이유로 공공 수리 지원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그는 “욕실을 쓸 수가 없었다. 

얼음이 떨어질까 봐 밖에도 못 나갔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는 SOS위고 플랫폼을 통해 지역 교회와 연결됐다. 

분당우리교회가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주거환경개선비를 신속히 지원했고, 본인 부담금과 집주인 부담이 더해지면서 배관과 욕실 수리가 가능해졌다. 

그가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집’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SOS위고 사업의 핵심은 ‘속도’다. 

지 사각지대 가구 발굴부터 신청, 지원까지 평균 3일. 전국 108명의 봉사단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확인하고 즉시 연결한다. 

외국인 가정, 체납 가구, 긴급 수리 필요 가구, 제도적 기준에 걸린 가구 등 공적 복지가 포착하지 못하는 ‘틈’을 메운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겨울철 3일은 독거노인과 영유아 가정, 중증질환자에게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SOS위고가 속도를 중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복지가 ‘제도’라면, SOS위고는 현장에 무게중심을 둔 ‘안전망’이다. 

위기에 놓인 이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가장 빨리 도착한다. 

특히 겨울이면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난방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인간다운 삶의 최소 조건”이라며 “누군가에겐 당연한 보일러 스위치가 누군가에겐 두려움의 버튼이 된다. 

그렇기에 SOS위고의 작은 개입 하나가 꺼진 집을 다시 밝히고, 얼어붙은 삶을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겨울, 보일러가 다시 켜지며 한 사람의 일상도 함께 돌아왔다. 

온기는 그렇게, 복지의 사각지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