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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재단 “혼자 서기 전, 함께 사는 법부터 배웁니다” 자립생활관 ‘우인’의 철학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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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서기 전, 함께 사는 법부터 배웁니다” 자립생활관 ‘우인’의 철학

이랜드재단과 함께하는 ‘사마리탄’ – 자립생활관 ‘우인’ 김효선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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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관 ‘우인’ 김효선 센터장. 이랜드재단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5층부터 8층까지, 열 명의 여성 자립준비청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있다. 

자립생활관 ‘우인’이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공동주택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에서의 3년은 단순히 ‘혼자 사는 법’을 익히는 기능적 습득의 시간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한 방을 쓰며 부딪히고, 점차 각자의 공간을 넓혀가며, 마지막에는 홀로 살아보는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청년들은 생활 기술보다 먼저 ‘관계의 감각’을 회복한다. 

혼자가 되기 전에 다시 사람과 연결되는 법을 배우는 시간, 우인은 그 시간을 지켜내는 집이다.

 

이 공간을 이끄는 김효선 센터장은 자립을 “날개를 다시 펴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보호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회로 내밀린 청년들에게 경제적 독립을 재촉하는 일은 상처로 접혀 있던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날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마음이 버틸 힘을 갖추지 못하면 그 어떤 기회도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는 사실을 그는 수년간의 현장에서 확인해 왔다.

 

 

화려한 이력을 뒤로 하고 현장의 ‘농부’가 된 이유

김 센터장이 이 길에 들어선 것은 2018년이었다. 

강남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기반을 다졌던 그는 ‘여성 보호종료아동 전담 상담사’ 모집 공고를 접한 뒤 운명처럼 마음이 멈췄다. 

지원 자격에 적힌 ‘35세 미만’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복합적인 트라우마를 감당하기엔 삶의 무게를 견뎌본 숙련된 상담사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전화를 걸었다가, 그는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자리에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자립준비청년들을 돌보는 현장으로 들어온 뒤 수입은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아이들이 관계에서 너무 자주 밀려났잖아요. 

적어도 저는 먼저 아이들을 떠나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다짐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그 결심은 이후 우인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철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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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관 ‘우인’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김효선 센터장. 이랜드재단

 


통제보다 신뢰로, 관계의 근육을 키우는 연습

우인에서의 변화는 느리고 정직하다. 김 센터장은 자신을 어부보다 농부에 가깝다고 말한다. 

어부가 그물을 던져 즉각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농부는 씨를 뿌리고 보이지 않는 성장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청년들은 때로 냉소와 무관심, 날 선 말들로 방어막을 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속도를 늦추고 곁을 지킨다.

 

“누군가는 저를 오래 기다려주었듯이, 저도 기다리는 쪽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인에는 흔한 벌점 제도가 없다. 

대신 밤늦게 돌아온 청년에게 이유를 묻기보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라는 안도를 먼저 건넨다. 

규칙은 어길 수 있지만,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사람의 존재는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의 구조 또한 이 철학을 반영한다. 

2인 1실에서 겪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조율하고 사과하며 다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만 다음 단계의 독립 공간으로 나갈 수 있다. 

우인에서의 공동생활은 통제가 아니라 사회로 나가기 위한 ‘연습’이며, 실패는 배제의 이유가 아니라 다시 시도할 기회가 된다.

 

현장의 진심을 돕는 이랜드재단과의 협력 

김 센터장은 자립의 두 축을 ‘경제적 기반’과 ‘정서적 관계 능력’으로 꼽는다. 

아무리 좋은 일자리를 연결해도 정서가 흔들리면 작은 갈등에도 관계를 끊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때 운영 기관의 사정으로 우인의 존속이 불투명해졌을 때, 청년들은 “우리 그냥 같이 살면 안 돼요?”라며 간절함을 보였다. 

그 고백 앞에서 김 센터장은 법인을 세우고 보증금을 마련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최후의 안전망이기 때문이었다. 

 

이랜드재단의 ‘돕돕 프로젝트’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현장의 철학을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기반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은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슬로건을 핵심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누군가 현장을 신뢰해 준다는 그 든든함이 다시 걸어갈 동력이 된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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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인 전달식에 참여한 김효선 센터장(가운데). 이랜드재단

 

 

돌아올 곳이 있다는 안도, 자립의 완성

우인을 떠난 청년 대부분은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직장에서의 갈등, 관계의 상처,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질 때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 집을 떠올린다. 

 

김효선 센터장이 이곳에서 지켜낸 것은 물리적인 주거 공간을 넘어, 삶의 허기를 느낄 때 문득 생각나는 자리이자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다’는 안도 섞인 기억이다. 

진정한 자립은 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안전한 연결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그의 믿음은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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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관 ‘우인’에서 인연을 맺은 청년들의 정기 모임 모습. 이랜드재단

 

오늘도 우인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끝까지 떠나지 않는 어른’을 경험한 사람은 세상의 모진 바람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김 센터장이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은 청년들의 오늘뿐만 아니라, 그들이 언젠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다. 

그 가능성을 품은 집, 우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 한복판에서 청년들의 숨을 보듬으며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 

 

 

*사마리탄: 이랜드재단의 ‘돕는 자를 돕는다’ 핵심 파트너로서, 사각지대 미래세대를 위해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헌신하는 전문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