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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재단 "언제든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렴"···자립준비청년들의 진짜 가족이 되어준 사람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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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렴"···자립준비청년들의 진짜 가족이 되어준 사람

이랜드재단과 함께하는 ‘사마리탄’ – 자립준비청년들의 영원한 ‘우리 집’, 라이프투게더 고세라 원장

 

 

▲라이프투게더 고세라 원장. 이랜드재단 제공

▲라이프투게더 고세라 원장. 이랜드재단 제공

 

“내 아이들이 입양되지 않았다면”···한 명의 어른이 만드는 기적

10여 년 전,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서 영어 봉사를 하던 고세라 원장은 퇴소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밥을 먹다 문득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1978년 선교사로 한국에 와 가슴으로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운 그녀의 눈에 곧 차가운 세상으로 홀로 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입양되지 못했다면 지금쯤 저렇게 떨고 있었겠구나.”

 

그날 이후 고 원장은 보육원 원장을 찾아가 물었다. 아이들이 시설을 나가면 어떻게 사는지, 집이나 직장, 장학금을 지원해주면 잘 살 수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돈이나 집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친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어른’입니다. 그 한 사람만 곁에 있으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냅니다.”

 

이 깨달음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공동체 ‘라이프투게더(Life Together)’의 시작이 되었다. 고 원장은 아이들이 시설을 퇴소한 뒤인 열아홉, 스무 살에 찾아가는 것은 너무 늦다고 판단했다. 세상 밖으로 내던져진 뒤에야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기 전부터 끈끈한 관계의 밭을 일궈야 했다. 그는 보육원에 들어가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끈끈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그때 만난 아이들이 20~30대가 된 지금까지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곁을 지키고 있다.

 

센터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우리 집’  

라이프투게더의 공간은 청년들 사이에서 기관이나 센터라는 건조한 명칭 대신, 그저 ‘우리 집’으로 불린다. “상담하러 간다”는 말이 아이들에게 낙인이나 짐이 되지 않도록, 거실처럼 아늑하게 꾸며놓고 언제든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특별한 식탁이 차려진다. 놀랍게도 이 따뜻한 식탁은 3년 넘게 이어져 온 한 익명 후원자의 조용한 헌신 덕분이다.

 

“처음엔 간단한 과일 정도 보내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왕복 3시간 거리를 매주 오가며, 대가 없이 따뜻한 요리와 반찬을 한가득 짊어지고 오십니다. 아이들이 5명 오는 날이든 25명 몰려오는 날이든 신기하게 음식 양이 딱 맞아요. 매주 기적이 일어나는 셈이죠.”

 

청년들에게 이 목요일의 만찬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다. 언제든 돌아와 편히 쉴 곳이 있고,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세상을 버텨낼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라이프투게더 우리집에서 진행되는 목요일 만찬 모임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라이프투게더 우리집에서 진행되는 목요일 만찬 모임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화려한 여행 대신 ‘평범한 가족의 하루’를 선물하다

라이프투게더의 또 다른 핵심은 겨울방학마다 진행하는 미국 홈스테이다. 화려한 관광지를 도는 게 아니다. 미국의 평범한 위탁·입양 가정에서 2주 동안 그저 가족의 일상을 함께 살아보는 것이다.

 

“다녀온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해요. 처음으로 가족의 사랑이 어떤 건지 느껴봤다고요.”

 

아무 일 없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하루. 가족의 돌봄을 경험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조건 없이 사랑받는 이 시간은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고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불이 필요했던 10년 전, 지금 필요한 건 ‘삶을 버티는 근육’

1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고 원장은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당장 덮을 이불과 생계비가 절실했지만, 정착금과 수당 등 금전적 지원이 늘어난 지금은 돈보다 ‘삶을 살아내는 지혜와 태도’가 훨씬 중요해졌다.

 

“갑자기 큰돈이 생기고 매달 생활비가 나오니, 당장 땀 흘려 일할 필요를 못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요. 목적 없이 20대 초반을 보내다가 지원이 끊기는 스물넷, 다섯이 되어서야 텅 빈 잔고를 보고 깊은 절망에 빠지죠.”

 

그렇기에 고 원장은 기꺼이 아이들을 위한 애정 어린 잔소리꾼을 자처한다.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기, 힘들어도 직장을 끈기 있게 버텨보기, 매일 감사한 일 기록하기 등.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단단한 생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그녀의 중요한 역할이다.

 

▲라이프투게더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과 모임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라이프투게더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과 모임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혼자 억척스럽게 버티는 게 ‘자립’일까

고 원장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자립(Independence)’의 의미다.

 

“보육원에 돌볼 아이가 너무 많으면 밤에 아기가 울어도 제때 안아주지 못해요. 그러면 갓난아기들은 몇 달 만에 본능적으로 깨닫고 울음을 삼켜버리죠. 어릴 때부터 ‘내 문제는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슬픈 독립을 배운 아이들은 커서도 남에게 도움을 청할 줄 모릅니다.”

 

고 원장은 진짜 자립이란 혼자 외롭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돕는 것에 있다고 가르친다. 내게 1만 원이 생겼을 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5천 원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성숙함. 이 가르침은 실제로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취업 후 첫 월급을 타자마자, 자신을 돌봐주었던 미국의 위탁 가정을 위해 후원금을 보낸 청년의 모습은 고 원장에게 가장 벅찬 감동이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있는 ‘우리집’. 이랜드재단 제공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있는 ‘우리집’. 이랜드재단 제공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심이 빚어낸 이랜드재단과의 동행

이 외롭고도 고된 현장에서 고 원장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곳이 바로 이랜드재단이다.

 

“언론 홍보나 실적을 위해 일회성 후원만 하고 떠나는 곳도 많아요. 하지만 이랜드재단은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을 아낀다는 게 현장에서 느껴집니다. 생계비나 외식,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지원이 이어질 때마다 아이들이 먼저 물어봐요. ‘이랜드는 왜 이렇게 대가 없이 우리를 도와주나요?’ 그 호기심 속에서 이미 아이들은 세상의 따뜻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밥 냄새가 피어오르는 ‘우리 집’에는, 세상의 매서운 바람에 잔뜩 웅크렸던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이들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절망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땀 흘리며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 제 소망은 그것 하나뿐입니다.”

 

이름 없는 자리에서 묵묵히 흘려온 고세라 원장의 시간들은 홀로 남겨진 청년들이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완성해 내고 있다.

 

사마리탄: 이랜드재단의 ‘돕는 자를 돕는다’ 핵심 파트너로서, 사각지대 미래세대를 위해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헌신하는 전문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