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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재단 화려한 강단을 떠나 가장 낮은 곳으로···세상이 외면한 이들의 '진짜 가족'이 되다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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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강단을 떠나 가장 낮은 곳으로···세상이 외면한 이들의 '진짜 가족'이 되다

이랜드재단과 함께하는 ‘사마리탄’ – 소외된 이웃 곁을 지키는 공동체, 화평교회(화평 에클레시아) 유제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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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교회(화평 에클레시아) 유제중 목사. 이랜드재단 제공

 

모두가 동경하는 대형 교회의 안정적인 자리를 뒤로하고, 보증금을 쪼개어 마련한 30평 남짓한 지하실로 발걸음을 돌린 이가 있다. 화려하고 편안한 곳보다 세상의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삶이 가장 가치 있다고 믿었던 화평교회(화평 에클레시아) 유제중 목사다. 

 

학창 시절 오랜 시간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며 철저한 소외를 겪었던 그는, 자신과 같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거처를 잃은 노숙인, 사회적 관계에서 밀려난 위기 청소년, 차가운 시선에 갇힌 이주 배경 이웃들까지. 세상이 외면한 가장 낮은 곳에서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화평 공동체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삶을 나누고 일상을 껴안는 밀착형 돌봄

화평교회의 사역은 일회성 물품을 지원하거나 거창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대상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파악하고,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실질적인 자립의 토대를 마련해 주는 데 집중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돌봄은 진짜 가족이 되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주일이면 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주중에는 수시로 만나 밥을 먹으며, 때로는 함께 여행과 나들이를 떠난다. 

 

이와 함께, 거리에서 생활하며 정부의 주거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노숙인 이웃들에게는 교회를 주소지로 제공하고 고시원 등록을 도와 6개월 이상의 주거 이력을 함께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대상자가 LH 주거 지원 등 공공의 혜택을 받아 척박한 거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끈질기게 행정적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성경에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거창한 사역을 기획하기보다, 그저 애통하고 가난한 마음을 안고 찾아오는 영혼들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제가 과거에 깊은 소외를 겪어보았기에 그 벼랑 끝에 선 마음들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한 십자 탑 대신, 무수한 작은 원을 그려내는 골목의 피난처

이러한 밀착형 돌봄이 가능한 이유는 화평교회가 가진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수백, 수천 명이 하나의 거대한 건물에 모이는 방식 대신, 도움이 절실한 동네에 단칸방이라도 거점이 생기면 그곳을 곧 이웃을 돕는 교회로 삼는다. 유 목사는 수학적 원리를 빌려 공동체의 철학을 설명한다. 

 

"큰 원 하나를 그리는 것보다, 큰 원 안에 작은 원 여러 개를 그리는 것이 결국 내부 면적의 합이 더 큽니다. 하나의 큰 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작은 원을 많이 만들어 골목골목을 훑으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화평교회는 현재 15곳의 작은 공동체로 흩어져 골목골목을 훑고 있다. 대형 기관이나 큰 교회가 닿기 어려운 깊숙한 달동네까지 파고들어, 90대 할아버지와 지적 장애가 있는 가족들이 방치된 남루한 단칸방의 문을 두드린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사람이고 관계”라는 유 목사의 철학은 이 무수한 작은 원들을 통해 세상의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워가고 있다.

 

▲야외에서 설교하고 있는 화평교회 유제중 목사. 이랜드재단 제공 

▲야외에서 설교하고 있는 화평교회 유제중 목사. 이랜드재단 제공 


깊은 공감으로 기적을 빚어내는 ‘상처 입은 치유자’들

화평교회 사역의 가장 뭉클한 지점은 이 까다롭고 고된 돌봄을 감당하는 실무 활동가 상당수가 과거 비슷한 방황과 아픔을 통과해 본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사랑받아 본 적 없는 이들은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오히려 의심부터 하곤 한다.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꼬박 5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하는 이 지난한 과정을 견디게 하는 힘은 완벽한 도덕적 잣대가 아닌, 바닥을 쳐본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짙은 '공감'에 있다.

 

"한번은 약물 중독에 빠진 청년을 돕기 위해 모텔로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중독 문제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저는 그 상황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마음속에 판단이 앞섰죠. 그런데 과거 비슷한 중독의 방황을 겪었던 한 활동가는 단숨에 그 청년의 발을 붙잡고 엉엉 울며 간절히 기도하더군요. 깊은 고통 속에서 위로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또 다른 상처 입은 자를 진정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깊이 깨달았습니다."

 

돌봄을 받던 이가 상처를 회복하고 또 다른 이웃을 돕는 리더로 성장하는 기적도 일어난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지체장애인 남편과 결혼해 극한의 고립을 홀로 견뎌야 했던 한 이주 여성은, 화평 공동체의 따뜻한 품 안에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지금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난민과 다문화 가정을 사랑으로 품어내는 든든한 사역 리더로 헌신하고 있다.

 

▲화평교회에서 진행하는 돌봄 모임과 나들이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화평교회에서 진행하는 돌봄 모임과 나들이 모습. 이랜드재단 제공 


사역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든든한 연대, 이랜드재단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돌봄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척박한 이웃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랜드재단과의 진정성 있는 연대가 자리하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이웃의 긴급한 부름에 언제든 응답하려면 사역자들에게는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늦은 오후와 저녁의 '사역 골든타임'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과거에는 사역자들이 유연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배달이나 일용직 노동을 전전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랜드재단이 전개하는 ‘돕돕 프로젝트’는 현장의 이러한 고충을 완벽히 이해한 맞춤형 지원이었다. 

 

돕돕 프로젝트는 사각지대 미래세대를 진정성 있게 돕는 현장 활동가를 지원하는 이랜드재단의 파트너십 사업이다. 활동가들이 오전 등 유연한 시간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경제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이웃을 돌봐야 하는 황금 시간을 온전히 사수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다. 

 

"저희처럼 체계적인 모금이나 행정 시스템이 부족한 풀뿌리 단체에 이랜드재단의 지원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 같습니다. 현장의 고충을 이해하고, 저희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간과 영역에 맞춤형으로 연대해 주시는 덕분에 사역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재단과 화평교회가 과거에 협력해 마련했던 가정밖청소년을 위한 공동 생활시설 ‘커뮤니티케어’는 사각지대에 놓인 미래세대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든든한 마중물이 되었다. 소년원을 퇴소해도 당장 머물 곳과 보호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재범의 유혹에 내몰리던 청소년들을 위해 이랜드재단이 거처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화평교회의 사역자가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삶을 밀착해서 돌볼 수 있었고, 이는 방황하던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비록 이랜드재단과의 커뮤니티케어 공식 협력 기간은 종료되었지만, 화평교회는 이때의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교회 내에 샤워실과 세탁기, 냉난방 시설 등을 완비한 자체적인 생활 공간을 직접 마련하여 위기 청소년을 위한 돌봄 사역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곁, 삶의 끝까지 동고동락하는 진짜 가족

유제중 목사의 궁극적인 비전은 거창한 성과나 단기간에 숫자로 증명되는 기적적인 변화가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과 존재 자체가 그 무엇보다 귀하기에, 계산 없이 끝까지 곁에 남아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단기간에 이들의 삶이 기적처럼 변할 것이라 기대하고 돕는 것이 아닙니다.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과 존재 자체가 귀하기에, 우리가 늙어 죽을 때까지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진짜 가족으로 남는 것, 그것이 제 바람의 전부입니다."

 

오늘도 화평교회 활동가들은 세상의 화려한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과 남루한 단칸방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마음을 닫아버린 이들의 삶을 다시 여는 것은 거창한 구호나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내 옆에 끝까지 남아주는 단 한 사람의 따뜻한 체온임을 유제중 목사와 화평 공동체는 온 삶을 다해 증명해 내고 있다. 

 

*사마리탄: 이랜드재단의 ‘돕는 자를 돕는다’ 핵심 파트너로서, 사각지대 미래세대를 위해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헌신하는 전문 활동가입니다.